[판례 해설] 부동산 경매·집행·배당/유치권

[부동산 경매/유치권/ 권형필 변호사] 유치권 그리고 신의칙

집합건물 그리고 부동산 경매 배당 전문가 2016. 6. 8. 13:46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그 부동산의 개조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이에 따른 공사를 시행한 자가 공사대금채권에 기초하여 낙찰자에 대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대전고등법원 2004. 1. 15. 선고 20025475 판결)

 

 

사실관계

 

(1) 소외 김은은 김@자의 소개를 받아 1999. 1. 5.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였던 김, 희와 사이에 위 건물의 보수(2층 주택 부분 바닥 및 벽 등 개조공사 포함) 2, 5, 6층 부분의 내부 인테리어, 목공, 조경 공사 등을 공사기간을 1999. 4. 20.까지로, 공사대금을 금 560,000,000(부가가치세 제외)으로 정하여 시행하기로 하되, 공사대금 일체를 공사 완공 시 이를 임대하여 임대료로 대위지불한다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다만 당시 계약서상 수급인의 명의는 김은이 전에 경영하던 사업의 부도로 인하여 그의 명의를 쓰지 않고 그가 전부터 알고 지내오던 피고 설×주의 명의로 하였으며, 00인테리어라는 상호를 사용하였다.

(2) 위 공사도급계약서 작성 당시에는 이미 위 건물 및 그 대지에 관하여, 주식회사 부국상호신용금고의 명의로 채권최고액 금 2,380,000,000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것 외에도, 건물 1층 부분에 관하여 전00 명의의 전세금 64,800,000원의 전세권, 00 명의의 전세금 25,000,000원의 전세권, 00 명의의 전세금 11,000,000원의 전세권, 00 명의의 전세금 30,000,000원의 전세권, 00 명의의 전세금 40,000,000원의 전세권, 3층 부분에 관하여 최00 명의의 전세금 80,000,000원의 전세권, 4층 부분에 관하여 김00 명의의 전세금 260,000,000원의 전세권 등이 설정되어 있어 전세금 합계액이 금 510,800,000(= 64,800,000 + 25,000,000 + 11,000,000 + 30,000,000 + 40,000,000 + 80,000,000 + 260,000,000)에 이르렀고, 위 건물 및 대지 또는 위 건물 중 김태의 지분에 관하여 주식회사 한국토파즈 명의의 청구금액 금 42,190,000원의 가압류, 명 명의의 청구금액 금 48,240,482원의 가압류, 진순임 명의의 청구금액 금 50,000,000원의 가압류, 경 명의의 청구금액 금 43,200,000원의 가압류, 00 명의의 청구금액 금 50,000,000원의 가압류, 엘지산전 주식회사 명의의 청구금액 금 96,470,000원의 가압류 등이 되어 있어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도 금 330,100,482(= 42,190,000 + 48,240,482 + 50,000,000 + 43,200,000 + 50,000,000 + 96,470,000)에 이르러, 당시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전세금, 가압류 청구금액을 모두 합한 총 합계액이 금 3,220,900,482(= 2,380,000,000 + 510,800,000 + 330,100,482)에 이르렀으며, 그 후에도 수차례의 가압류가 계속되었다.

(3) 은은 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설×, , 년으로부터 각각 금 50,000,000, 150,000,000, 80,000,000원을 투자받아, 1999. 3.경 평소 알고 지내던 인테리어업자인 김석에게 위 공사 중 건물 방수공사 및 2층 주택 개조공사, 6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하도급 주었고, 이에 김석은 그 무렵부터 세부 부분별 공사 중 일부는 자신이 직접 시행하고 일부는 유성권 등 부분별 시공업자들로 하여금 공사를 시행하게 하는 등으로 공사를 진행하여 1999. 가을 무렵에야 하도급받은 공사를 완료하였는데, 피고 설×주는 위 하도급 공사계약의 체결 및 그 공사의 진행 과정에 관여한 바 없었다.

(4) 그런데 피고 설×주는 위 하도급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1999. 4. 26.경 김, 희와 사이에 위 피고의 명의로 체결된 위 공사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 전액의 지급을 위하여 위 피고가 위 건물 2, 5, 6층 부분을 점유사용수익하되, 위 공사대금에서 이른바 임대료 상당의 돈으로서 매월 금 3,600,000원씩을 공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고, 그 무렵부터 위 김석이 설치하여 준 위 건물 2층 주택 부분 또는 청구취지 기재 옥상 가건물에서 거주하면서 위 건물 2, 5, 6층 부분을 관리점유하게 되었다.

(5) 위 사용수익 약정 직후인 1999. 5. 1. 태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한국토파즈의 신청( 1999. 4. 30.)에 의하여 위 건물 중 김태의 지분 및 그 대지에 관한 경매절차(99타경23505)가 개시되었는데, 피고 설×주는 위 경매절차 개시 직전인 1999. 4. 29. 동대전세무서에 00인테리어를 상호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위 경매절차 개시 직후에는 위 피고와 김은이 위 건물 2층 주택 부분 2개의 방에 각각 1999. 5. 10., 1999. 5. 14.자로 전입신고를 마쳤으며, , 희는 위 건물 2층의 용도를 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에서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용도변경을 신청하여 1999. 6. 21.자로 위 용도변경이 이루어졌고, 1999. 8. 13.에는 위 피고가 경매법원에 위 사용수익 약정과 같은 내용의 유치권 신고를 하였다.

(6) 위 경매절차에서 위 건물 중 김태 지분 및 그 대지에 관한 1999. 5. 11.을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은 금 2,168,481,860원이었고, 후에 중복된 경매절차(99타경51852)에서 위 건물 및 그 대지 전부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금 3,038,247,320원이었다.

 

 

법원판단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설×주는 실제로 김은이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의 계약서상의 명의자에 불과하고 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어서 위 피고에게 위 계약에 기한 위 건물 2, 5, 6층 부분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이 귀속된다고 할 수도 없고, 또한 김은이 김석에게 하도급을 준 공사부분 외에는 위 공사도급계약상 김은이 도급받은 공사 전체가 모두 완공되었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의 전 소유자인 김, 희의 승낙하에 위 건물 부분을 점유하였다고 하여 위 피고에게 위 계약에 기한 공사대금채권에 기초하여 위 건물 부분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뿐만 아니라, 설사 피고 설×주를 실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 보아 그에게 공사대금채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 인정 사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공사대금이 금 560,000,000원에 이르는 위 공사도급계약은 계약 당시 이미 후의 경매절차에서의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의 감정평가액을 초과하는 총 합계액 금 3,220,900,482원인 거액의 근저당권 및 전세권, 가압류등기가 경료된 상태에서 체결되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약정한 공사의 내용이 모호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계약 당시부터 공사대금은 공사 완공 후 임료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정하였던 사정,

이 사건 경매절차 개시 직전에 피고 설×주가 김, 희와 사이에 위 건물 2, 5, 6층 부분에 관한 사용수익 약정을 하였는바, 위 약정에서 공사대금에서 매월 공제하기로 한 임대료 상당의 돈 금 3,600,000원은 위 피고가 제출한 자료(을 제3호증의 1, 3, 각 임대차계약서)상의 위 건물 2층 부분만의 월차임 금 4,000,000, 5층 부분만의 월차임 금 3,500,000원이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제1심 임료감정 결과에 따른 위 건물 2, 5, 6층의 월차임 상당 합계액 금 7,721,140원과 비교하여 매우 과소하고, 또한 위 약정에 따라 위 임대료 상당의 돈을 매월 공제하여 공사대금이 완제되기까지는 약 155개월(1211개월, 560,000,000 ÷ 3,600,000) 이상이 소요되는 사정,

피고 설×주 및 김은과, 하수급인인 김석이나 부분별 공사를 시행한 다른 사람들 사이에 하도급 공사대금 등의 수수 내역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 설×주가 제출한 견적서 등(을 제6호증의 1 내지 20)의 금액을 보더라도 그 합계액이 금 345,078,310원에 불과하여 공사비용으로 금 540,003,310원이 소요되었다고 하는 위 피고의 주장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또한 위 피고는 계약한 공사 내용 중 5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위 피고가 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바 있는 등(갑 제2호증), 이 사건 공사의 구체적인 내용, 경위 및 소요 비용 등이 매우 모호하나 피고들이 이를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정,

실제 공사는 이 사건 경매절차 전후에 걸쳐 1999. 3.경부터 1999. 가을경까지 이루어진 사정 및 그밖에 이 사건 경매절차 개시 전후에 위 사용수익 약정이나 피고 설×주 명의의 사업자등록, 위 피고와 김은의 전입신고 등이 이루어진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설×주는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에 위와 같이 거액의 근저당권, 전세권, 가압류등기 등이 되어 있는 등 그 소유자였던 김태와 이희의 재산상태가 좋지 아니하여, 위 건물 및 그 대지에 관한 경매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서 위와 같이 공사대금이 금 560,000,000원에 이르는 공사도급계약 및 그 후의 사용수익 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위 건물 2, 5, 6층 부분을 점유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러한 경우에는 위 피고가 전 소유자와 사이에 위 건물 부분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하고 그 계약에 따른 공사를 일부라도 실제로 진행하여 상당한 공사비용을 투하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러한 경우에까지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전 소유자와 유치권자 사이의 묵시적인 담합이나 기타 사유에 의한 유치권의 남용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어 공시주의를 기초로 하는 담보법질서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피고의 공사도급계약 전에 가압류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의 매수인(낙찰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 제320조 제2항 을 유추적용하여 위 피고가 위 공사대금채권에 기초한 유치권을 주장하여 그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거나, 그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3) 따라서 피고 설×주에게 유치권이 성립하여 이로써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결국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점유부분을 명도하고 권원 없이 이 사건 건물 중 일부분을 불법점유하여 원고가 해당 부분을 사용수익하지 못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판례해설

 

유치권 제도는 민사집행법상 인수주의를 채택함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담보질서를 교란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고 결국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법원에서는 유치권을 인정하는 데 있어 최대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즉 담보물권의 기본 취지는 먼저 성립한 자가 먼저 권리주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담보물권은 각자마다 설정 일자의 선후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고 그와 같은 순위를 통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치권은 그 선후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우선변제를 받은 효과가 발생하여 결국 먼저 성립한 저당권자를 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에서는 유치권 성립을 인정하는 데 있어 최대한 엄격하게 판단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유치권에 신의칙 법리를 내세워 성립범위를 또다시 제한하였다.

 

즉 다수의 담보물권이 성립하였고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유치권이 성립시키는 공사를 진행한 경우 이와 같은 상태에서 유치권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선순위 담보물권자들에 권리를 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결국 신의칙에 반하는 주장으로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위 판례 상 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인 공사 진행 자체가 다수의 담보물권자가 발생한 이후에 비로소 진행한 것으로서, 공사 자체가 선순위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진행하였고 단지 채권의 발생만 그 이후 발생한 경우라면 위 법리는 적용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