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1) 피고는 고양시 덕양구 G에 있는 총 2,416세대로 이루어진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를 관리하기 위하여 그 입주자 등에 의하여 구성된 자치관리기구이다.
(2) 원고는 2013. 3. 12.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 등의 직접투표를 통하여 피고의 대표자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3) 이 사건 아파트의 동별대표자로서 피고의 구성원인 C, D, E, F는 2013. 5. 16. 원고에게 원고 해임, 관리규약 최종 결정 등을 안건으로 하는 피고의 임시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였다.
(4) 그러나 원고는 2013. 5. 18. 원고에 대한 직위해제 안건을 제외한 채 2013. 5. 23.자 임시회의를 소집하였고, 의사정족수 미달로 위 임시회의가 개최되지 못하자 같은 달 24. 다시 동일한 안건을 회의목적으로 하는 2013. 5. 27.자 임시회의를 소집하였다.
(5) 이에 피고의 이사 중 연장자인 C는 2013. 5. 27. 이 사건 아파트의 동별 대표자들을 상대로 ‘원고에게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않으므로 주택법 시행령 제51조 제2항 및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19조 제3항에 따라 2013. 6. 4. 회의실에서 원고 해임의 건 등을 회의목적으로 하는 임시회의를 개최한다.’는 취지의 공고 및 소집통지를 하였다.
(6) 2013. 6. 4. 19:00경 개최된 임시회의에는 동별 대표자 총 12명 중 8명이 참석하였고, 위 임시회의에서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원고가 동별 대표자가 제안한 정기회의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묵살하고, 공용시설물인 수목을 임의로 이식·전지·전정을 하여 멸실·훼손하였으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채 계단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한국전력 검침 보조금을 관리주체 직원들에게 지급하였으며, 입주민, 동별대표자가 제출한 민원에 대하여 답변하지 않고 묵살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안건 명칭을 ‘대표회장(원고) 해임(직위해제)’으로 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를 하고 이와 더불어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 제2호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 제5, 6항에 근거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본건의 최종 결정에 대한 절차 진행을 요청한다.’는 결의를 하였다.
(7) C는 이 사건 결의 이후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19조 제3항에 기하여 피고의 회장 직무대행자로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하였다.
법원 판단
우선 2013. 6. 4.자 피고의 임시회의가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하여 소집된 회의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구 주택법 시행령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3분의 1 이상의 회의 소집을 요구할 때에는 14일 이내에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여야 하고, 회장이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관리규약에서 정한 이사가 회의를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1조 제2항).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은 위와 같이 회장이 14일 이내에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집하지 아니할 경우 회장을 대신하여 회의를 소집할 주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만 최초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때 소집권자를 정하거나(제25조 제2항) 또는 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궐위된 경우 대행자를 정하고(제19조 제3항) 있을 뿐이다(다만 주택법령에 터 잡은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제23조 제1항에서는 구 주택법 시행령 제51조 제2항에 따라 회장이 14일 이내에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이사 중 연장자가 그 회의를 소집하고 회장의 직무를 이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이러한 준칙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이 그들의 관리규약을 만들 때 참조하도록 한 것에 지나지 않아 준칙 자체로 피고에게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는 동별 세대수에 비례하여 선출되는 동별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 아닌 사단이므로(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7다6307 판결 등 참조), 관리규약에서 회장이 14일 아내에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할 경우의 회의 소집권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때에는 민법 제70조 제3항, 비송사건절차법 제34조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회의소집을 원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법원에 회의소집의 허가신청을 하여 회의를 소집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의 이사 중 1인인 C가 임의로 소집한 위 임시회의는 정당한 소집권자가 아닌 사람이 소집한 회의로서 이러한 회의에서 한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 요청결의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피고는 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C가 이사중 연장자로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19조 제3항에 따라 적법하게 회의를 소집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규정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위 규정의 문언 자체나 ‘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와 ‘회장의 궐위’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요건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회장이 질병이나 이사건과 같이 해임절차 요청 결의를 받은 때(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 제10항) 또는 직무정지가처분을 받는 등으로 법적, 사실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를 의미한다고 보일 뿐, 그러한 사유 없이 단지 회장이 자의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을 때를 의미한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판례해설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의 소집 권자는 원칙적으로 회장으로 지정되어 있다. 즉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그 외 동대표들의 회의를 소집할것으로 요구하였을 경우 회장은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그러나 동대표들로부터 회의 소집을 요구받았음에도 회장이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회장이 임의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절차가 이미 예정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 구 주택법이 적용되어야 할지 민법상 비법인사단의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불분명하였다.
이에 대상판결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민법상 비법인 사단임에 비추어 민법의 해당규정이 적용되어 민법 제70조제3항, 비송사건절차법 제34조의 법원의 허가를 얻어 회의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한 민법상 비법인사단의 규정을 적용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비로소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진행한 회장 해임 의결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판결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하여 구 주택법이 민법보다 우선 적용됨을 고려하여 볼 때 구 주택법상의 절차가 아닌 민법 및 비송사건절차법을 적용한 점은 다소 의문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