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최근 유치권자가 지속적인 점유를 하기가 어려워 점유를 대신 위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바 그와 같은 점유를 위탁받은 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여 재판상 자백한 경우 형법상 배임죄의 성부가 문제된다. 즉 형법상 배임죄라고 함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타인에게 이익을 주고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비로소 성립되는 범죄이다.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점유 수탁자가 유치권자의 취지에 위배하여 재판상 자백을 하였으므로 소유자에게 이익을 준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점유수탁자가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이미 점유를 상실한 상태였으며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위임관계가 종료된 이후 발생한 사실인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이미 배임죄에서 요구하는 신임관계는 종료되었고 더불어 재판상 자백으로 인하여 새로운 법률상의 위험 등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심 판단을 취소하고 환송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한편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ㆍ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① 피고인은 2009. 10.경 피해자 공소외 2 등에 의해 이 ○○아파트에서 퇴거당한 후, 2010. 3. 25.경 유치물위탁계약 해지통지를 받았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계약에 따른 신임관계는 그 무렵 종료되었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상 자백을 한 시점은 위와 같이 계약에 의한 신임관계가 종료된 지 2년이 훨씬 지난 때였다. 게다가 피고인은 이미 환송 전 제1심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해자들 역시 피고인을 소송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공소외 3에게 소송수계를 하도록 한 바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양자 간에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따른 신임관계가 남아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한편 기록에 의하면 환송 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소송수계 등을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오히려 환송 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보조참가를 시도하는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한 바도 없다.
④ 피고인은 공소외 1에 의해 소송당사자로 지목되어 피고의 지위에 있을 뿐, 약 두 달 남짓 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점유를 상실하고 점유위탁계약을 해지당하여 위 민사소송에서 별다른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피고인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유치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알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피고인에게 위 민사소송에 적극적으로 응소하여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은 것이라는 항변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⑤ 또한 피해자들은 이미 피고인이 위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던 사정이나 제1심판결이 파기환송된 경과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환송 후 제1심에서 그러한 피해자들에게 연락하여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한편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에게 점유 상실 내지 유치권 상실이라는 손해 발생의 구체적ㆍ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① 피고인은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이미 점유를 상실한 상태였고, 유치권자인 피해자들은 피고인 아닌 제3자를 통하여 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었다.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은 공소외 1의 소유권 및 피고인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 당시 이 ○○아파트를 점유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의 유치권 성립ㆍ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② 공소외 1이 위 민사소송에서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이에 기초하여 인도집행을 실시하고자 하더라도, 이미 점유를 상실한 피고인이나 그 승계인이 아닌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③ 공소외 1이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에 기초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현재의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집행을 실시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유치권에 기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위배행위, 재산상의 손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배당 이의 그리고 사해행위 취소 _ 권형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