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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해설] 집합건물

[집합건물법 / 입주자대표회의 / 권형필 변호사] 2013년 구 주택법 변경 전까지 장기수선충당금을 법무비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甲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적립관리되는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 및 시공사인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변호사 선임료로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도 외에 사용하였다고 하여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례해설]


   입주자대표회의 교육을 다닐 때마다 장기수선충당금과 더불어 장기수선충당금에 귀속될 수 있는 잡수익 등에 대하여는 절대로 임의로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장기수선충당금은 그 지출에 관하여 법에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으로는 장기수선 계획에 정하여진 공사 외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그 재정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에 가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바 이 경우에는 여지없이 행정청의 고발 및 업무상 횡령죄가 문제된다.

   본 사안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장기수선충당금과 그 지출 성격이 유사한 특별수선 충당금에서 하자 진단비와 더불어 변호사 비용을 사용하였다. 이에 원심에서는 형법상 횡령죄로 의율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용도가 특정한 공금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거니와, 그 사용에 있어서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취소하고 파기환송하였던 것이다.

이 판결은 2013 이후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하여는 적용할 수 없겠지만,  이전에 장기수선충당금을 공적 업무에 사용하여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판례가 될 것이다.




[법원 판단]


   1.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2. 3. 9. 선고 81도300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속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 행위가 있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은 용도로 지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51조 제3항 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요율ㆍ산정방법ㆍ적립방법 및 사용절차와 사후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 시행령(2010. 7. 6. 대통령령 제222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6조 제2항 본문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되, 그 사용절차는 관리규약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같은 시행 령 제51조 제1 제7호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또는 조정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 한편 구 주택법(2013. 6. 4. 법률 제11871호로 개정된 것)은제43조의4 제2항 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위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은 관리규약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을 뿐 법률이나 시행령에 의하여 금지되지는 않았다. 

     (3)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은 이 ○○아파트의 노후화로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그에 사용할 비용을 미리 적립한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아파트의 심각한 하자로 인한 긴급한 법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한 점,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지출에 앞서 2003. 3. 29. 입주민총회가 그 지출을 포괄적으로 승인하는 결의를 마쳤고, 이를 전후하여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지출을 결의한 점, 구조진단 견적비 10,000,000원이 지출될 당시에는 위 소송에 103세대 중 75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이, 변호사 수임료 9,000,000원이 지출될 당시에는 82세대의 구분소유자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었던 점, 그 당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용도는 관련 법령이 아닌 이 사건 관리규약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었는데, 입주자 과반수의 결의와 대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그 관리규약 자체를 변경할 수도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4) 또한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2003. 3. 29.자 입주민총회를 마친 후 익산시장에게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신고를 마친 점, 위 입주민총회에는 외부인들도 참석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이 지출한 것을 들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