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이미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채권자가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채무자와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하고 목적물을 점유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게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저당권자 등이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판단
유치권은 목적물의 소유자와 채권자와의 사이에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하는 일정한 객관적 요건(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제91조, 제111조, 제120조, 제147조 등 참조)을 갖춤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이다.
법이 유치권제도를 마련하여 위와 같은 거래상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유치권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그 피담보채권에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그러한 보호가치는 예를 들어 민법 제320조 이하의 민사유치권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점유자의 채권과 그 목적물 사이에 특수한 관계( 민법 제320조 제1항 의 문언에 의하면 '그 물건에 관한 생긴 채권'일 것, 즉 이른바 '물건과 채권과의 견련관계'가 있는 것)가 있는 것에서 인정된다. 나아가 상법 제58조 에서 정하는 상사유치권은 단지 상인간의 상행위에 기하여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채무자와의 상행위(그 상행위가 채권 발생의 원인이 된 상행위일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에 기하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의 보호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이른바 견련관계를 요구하는 민사유치권보다 그 인정범위가 현저하게 광범위하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 이미 빠졌거나 그러한 상태가 임박함으로써 채권자가 원래라면 자기 채권의 충분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이미 채무자소유의 목적물에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유치권의 성립에 의하여 저당권자 등이 그 채권 만족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을 잘 알면서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위와 같이 취약한 재정적 지위에 있는 채무자와의 사이에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그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게 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하였다면, 유치권자가 그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당권자 등은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위와 같은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의 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2848 판결 등 참조).
판례해설
유치권은 법에서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선순위 근저당 등을 고려함이 없이 실질적으로 최우선으로 배당받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유치권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먼저 성립한 자가 우선하는 권리를 가지다는 담보물권의 기본 취지가 몰각당할 우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근저당을 설정할 당시 자신의 담보가치를 파악하여 1억 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담보를 설정하였는데 자신보다 후에 발생한 유치권의 성립이 인정될 경우 경매가격은 유치권 신고 금액만큼 하락되고 결국 근저당권자는 자신이 처음 생각하였던 금액을 배당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항을 고려하여 대법원에서는 대상판결과 같은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대상판결의 취지는 다수의 근저당이 설정되고 경매절차가 임박한 상황에서 유치권제도를 악용하여 그 시기에 유치권 성립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여 만든 유치권이라면 법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민법제2조 신의칙상 유치권이라는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례의 취지를 고려하여 낙찰 대상 물건 특히 유치권이 주장되고 있는 물건을 검색할 때 유치권을 성립시킨 공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파악하여 그 시작시점에 다수의 담보권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면 위 판례를 활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