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536조 제2항의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란,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채무자의 사정변경으로 인해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그러한 사정변경은 당사자 쌍방의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판례 해설]
민법 제53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시이행항변권이란, 일방이 잔금을 지급하면 동시에 상대방은 물건을 인도하여야 하는 의무(채무본지에 따른 이행)를 말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 역시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서 이는 법률 이전에 일반 거래의 상식에 가깝다.
또한 동조 제2항에서 선이행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잔금 기일에 일방이 의무를 이행하려 함에도 상대방의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상대방에 대하여 의무 이행을 요청할 수 있고, 그럼에도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와 같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상대방이 이행기에 이행을 하는 것이 불확실한 상황을 먼저 증명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나타나있지 않으나 상대방이 이미 각각의 이행기에 이행지체를 하였고 또다시 도래하는 이행기조차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명백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결국 선이행의무 위반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법원 판단]
민법 제536조 제2항은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을 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진다고 하여,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을 규정한다. 여기서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란 선이행채무를 지게 된 채무자가 계약 성립 후 채권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고, 이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등 참조).
한편 위와 같은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에 관하여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이 채권자측에 발생한 객관적ㆍ일반적 사정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이미 행하여진 공사부분에 대하여 기성공사금 등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일회적인 급부가 통상 선이행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와는 달리 위와 같은 공사대금의 축차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도급인이 계약 체결 후에 위와 같은 약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3다53887 판결, 대법원 2005. 6. 11. 선고 2003다6013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것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사건 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채증법칙에 위반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석명의무 또는 변론재개의무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