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기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결.
[판례 해설]
대상판결에서는 우선 분양계약의 당사자들은 분양계약에서 명시적으로 계약 당시 허가된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된 건축물을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가사 설계도면 대로 시공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의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제권은 계약을 지속하기 어려울 만한 특단의 사정(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을 요구하고 있고(이는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로마법의 법언에서 유래한다), 더불어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자의든 타의든 설계변경은 필수적이고 더불어 사소한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그동안 시공하여 온 건축물이 모두 철거되어야 한다면 그만큼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라는 데에 기인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시공사에서의 설계변경이 무려 217개에 달하였으나 이 정도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계약 해제를 인정하여 주지 않았던 것이다.
[법원 판단]
나. 또한 분양계약의 당사자는 분양계약에서 명시적으로 계약 당시 허가된 설계도면에 따라 건축한 오피스텔을 공급한다고 정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다르게 정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 당시 허가받은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된 건축물을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다고 봄이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에 부합하고, 이 사건 각 계약 제9조 제4항이 피고가 이 사건 오피스텔의 사용승인 전에 건축물의 면적 또는 층수의 증감 등 원고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변경으로서 건분법 시행령 제10조에 의한 설계변경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서 볼 때, 피고는 이 사건 각 계약 당시 허가된 설계도면에 따라 건축한 오피스텔을 공급하여야 하고, 다만 건분법 제7조 및 이 사건 각 계약 제9조 제4항에 따라 원고의 동의를 받아 설계변경이 이루어졌거나 또는 그러한 동의가 필요 없는 사항에 관한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하여 사용승인 당시의 설계도면에 따라 건축한 오피스텔을 공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러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매매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매매계약 전부를 해제할 수 없다. 계약상의 의무 가운데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를 구별하는 것은 급부의 독립된 가치와는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때 표명되었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되, 계약의 내용ㆍ목적ㆍ불이행의 결과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등 참조).
마. 그러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이 이 사건 각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주된 의무에 관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각 계약은 사무실과 주거의 기능을 겸하는 이른바 오피스텔을 건축하여 공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오피스텔의 신축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하면서 이 사건 각 계약 제9조 제4항에서 정한 동의 또는 통보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이 사건 오피스텔의 공용부분이 단열, 방음이나 미관 등의 측면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지만,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라 분양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 받는 데에는 사실상ㆍ법률상의 제약이 없는 점,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이 사건 각 계약의 목적물의 교환가치가 하락하게 되었다거나 원고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 후 이를 처분하거나 임대하는 데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사정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구체적 주장ㆍ입증이 없고, 오히려 위 217개의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총 분양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오피스텔은 2009. 9. 29. 사용승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사용 중이고, 이 사건 각 계약의 목적물도 모두 제삼자에게 분양되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불이행한 위와 같은 계약상의 의무가 이 사건 각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